방송을 켜니 손님이 보였다: 디지털의 새로운 얼굴, ‘라이브커머스’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방송’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다. 방송은 연예인이나 홈쇼핑 출연자들이나 하는 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라이브커머스’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소개하고, 방송을 보며 바로 구매까지 연결되는 디지털 판매 방식이다. 서울 은평구의 ○○시장 안, 50대 중반의 G 사장님은 채소가게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때 유동인구 감소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던 중, 시장 내 청년 상인과의 대화 중 “인스타그램 라이브 한번 해보시라”는 제안을 듣고 처음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켜봤다. 반신반의로 시작..
말로는 잘하지만 글로는 어려운 시장 상인을 위한 첫 걸음 전통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누구보다 상품 설명을 잘한다. 어떤 떡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이 계절엔 어떤 반찬이 맛있는지, 손님에게 딱 맞는 품목을 척척 골라주는 노하우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이야기를 블로그에 글로 풀어내라고 하면 대부분 손을 내젓는다. “나는 글 못 써요.”, “인터넷은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죠.” 하지만 요즘 소비자는 가게에 오기 전에 먼저 검색부터 한다. ‘전통시장 김치 맛집’, ‘○○시장 떡집 후기’ 같은 검색어를 통해 정보를 찾고, 블로그나 포스팅을 보고 나서 방문을 결정한다. 이때 블로그 글이 없다면, 소비자는 “이 집은 잘 안 알려진 곳인가 보다” 하고 그냥 지나칠 가능성이 크다. 결..
찾아오지 않는 손님, 디지털로 손님을 ‘찾아가는’ 시대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찾아오는 손님’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상인들은 골목 입구에 서서 “떡 나왔어요~”를 외치며 고객의 발걸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발길이 뚝 끊긴 시장 골목, 한산한 점포 앞에서 많은 상인들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이 왜 안 오지?” 그런데 정답은 단순했다. 사람들이 ‘시장에 안 오는 게 아니라’, ‘앱으로 사는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서울 강북의 한 전통시장 안에서 25년째 떡집을 운영해온 60대 E 사장님도 처음에는 배달앱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다. “떡은 직접 보고 사야지, 누가 배달로 사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지도에 없는 가게, 존재하지 않는 가게가 된다 전통시장의 가게들은 오늘도 열심히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그런데 정작 많은 손님들이 그 가게의 위치조차 온라인에서 찾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열고 '근처 떡집', '전통시장 순대'를 검색하는 시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많은 전통시장 점포는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온라인 지도에 내 점포가 없다는 건, 고객에게 존재하지 않는 가게가 된다는 뜻이다. 60대 이상 상인들이 많은 전통시장은 여전히 입소문이나 현장 유동인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와 외지 방문객들은 대부분 '지도로 검색 후 방문'이라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 특히 전통시장이 낯선 외지인이나 여행객에게는 지도 검색이 사전 정보 수집의 핵심..
디지털 기피 세대였던 시장 상인들, 변화의 중심에 서다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현장감'과 '사람 냄새'로 대표되어 왔다. 시장 상인들은 말 한마디에 단골을 만들고, 손님 얼굴을 기억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전통시장 역시 변화의 문턱 앞에 놓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결제·모바일 주문·디지털 청구서 등의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이는 시장 상인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되었다. 60대의 A 사장님은 인천의 한 재래시장에서 20년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늘 손으로 장부를 쓰고, 물건을 외상으로 주고받던 A 사장님은 최근 스마트청구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생소하고 두려웠지만, 지금은 "그거 하나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
오프라인 한계에 부딪힌 어느 시골 반찬가게 강원도 정선의 작은 반찬가게는 늘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다. 나물무침, 깻잎장아찌, 고추된장무침 같은 정갈한 반찬이 매일 직접 손으로 만들어진다. 사장님은 “맛은 자신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지만, 문제는 손님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점점 줄었고, 단골마저 고령화되면서 매출은 3년 전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의 딸이 한 마디를 꺼냈다. “엄마, 그냥 온라인으로 팔아보면 안 돼요?” 그렇게 시골 반찬가게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도전이 시작됐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시작은 낯설고 복잡했다 스마트스토어는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장님은 ‘사업자등록증’부터 ‘통신판매업 신고’, ‘상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