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방송을 켜니 손님이 보였다: 디지털의 새로운 얼굴, ‘라이브커머스’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방송’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다. 방송은 연예인이나 홈쇼핑 출연자들이나 하는 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라이브커머스’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소개하고, 방송을 보며 바로 구매까지 연결되는 디지털 판매 방식이다.
서울 은평구의 ○○시장 안, 50대 중반의 G 사장님은 채소가게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때 유동인구 감소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던 중, 시장 내 청년 상인과의 대화 중 “인스타그램 라이브 한번 해보시라”는 제안을 듣고 처음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켜봤다. 반신반의로 시작한 그 인스타라이브 방송은 예상 외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매출 회복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던 시장 상인이 어떻게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고객과 다시 연결되었는지, 그 변화의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다.
1. “방송은 처음인데요…” – 인스타라이브 첫 도전기
처음 인스타라이브를 시작하자 G 사장님은 굉장히 긴장했다고 한다. “말 실수하면 어쩌지”, “내 얼굴이 너무 크게 나오진 않을까”, “이걸 누가 본다고…” 걱정이 컸지만, 방송을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채팅창에 “저건 얼마예요?”, “쌈 채소 지금도 있나요?” 같은 질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G 사장님은 처음에는 딸의 계정을 빌려 방송을 시작했고, 이후 가게 이름으로 된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만들어 운영했다. 방송 시간은 주로 오전 10시. 그날 아침에 들여온 신선한 채소를 직접 보여주며 가격과 상태를 설명하고, 바로 구매 문의를 받는 방식이었다. 가게 안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마이크도 없이 휴대폰으로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고객들은 오히려 “시장 느낌 나서 더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날은 10명 시청, 둘째 날은 35명, 일주일 뒤에는 동네 맘카페를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100명 넘는 시청자가 동시 접속했다. G 사장님은 “대형마트에 밀리던 채소가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며 그날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2. 시장의 강점이 라이브에서 살아나다
라이브커머스는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장점인 ‘현장감’과 ‘신뢰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다. 고객은 실제 판매자가 직접 설명하고, 당일 채소 상태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형마트보다 신뢰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G 사장님은 방송 도중 직접 상추를 흔들어 보이며 “비 맞고 자란 아이라 좀 투박하지만 단맛이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 말에 채팅창엔 “그럼 3봉지 주세요”, “내일 수령 가능할까요?” 같은 문의가 이어졌다. 고객은 상품의 생생한 설명에 귀를 기울였고, 판매자는 거짓 없이 전달했다. 전통시장의 진정성이 디지털을 통해 확장된 순간이었다.
또한 인스타라이브는 중계 기능이 아닌, 소통 중심의 도구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고객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거 오늘 만든 건가요?”, “혼합세트는 없나요?” 등 다양한 요구가 나오고, 사장님은 방송 중 “내일은 단호박이랑 가지도 넣어볼게요”라고 약속했다. 이 작은 소통이 ‘관계’를 만들었고, 재방문 고객으로 이어졌다.
3. ‘방송용’ 준비가 아닌, ‘시장 그대로’의 진심이 매출을 만든다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한 G 사장님은 처음엔 조명도 사고, 배경지도 구입하려고 했지만, 곧 깨달았다. **고객이 원하는 건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시장’**이었다. 그날의 날씨, 채소 상태, 사장님의 표정과 말투가 오히려 더 큰 매력으로 다가갔다.
방송을 지속하면서 생긴 변화는 명확했다. 방송을 본 고객이 미리 주문을 넣거나, 다음날 방문해서 “방송에서 봤던 거 있어요?”라고 묻는 일이 늘어났다. 특히 자녀를 둔 30~40대 여성 고객들이 “엄마 시장 라이브 봐요?”라며 친구를 태그하거나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SNS를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매출도 변화했다. 이전에는 오후에 남은 채소가 폐기되기 일쑤였지만, 방송을 통해 오전에 예약주문이 몰리면서 재고 관리가 쉬워졌고, 낭비가 줄었다. 포장도 간편하게 바뀌었고, 방송을 본 고객을 위한 할인 세트 메뉴도 신설되었다. 방송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하루 장사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흡수된 것이다.
4. 전통시장의 내일, 화면 속에서 이어지다
디지털이라는 말은 여전히 전통시장에서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인스타라이브는 복잡한 기술 없이, 그날의 상품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전통시장은 본래 ‘신뢰’로 움직이던 곳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지금도 화면 속에서 이어질 수 있다.
G 사장님은 방송이 끝날 때마다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아침엔 감자랑 열무가 들어올 예정이에요.” 이 짧은 인사 하나에도 단골 고객은 댓글을 남긴다. “내일도 봬요 사장님!” 디지털은 사람을 멀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더 가깝게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통시장과 라이브커머스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다. 고객은 진심 있는 상인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하고, 상인은 정직한 상품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그 연결의 매개체가 바로 ‘라이브 방송’이다.
지금, 당신의 시장 가게에도 스마트폰 하나면 방송국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단골 손님을 다시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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