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도 '온라인에서 노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전통시장은 언제나 ‘현장’ 중심의 공간이었다. 장터 한복판에 펼쳐진 이벤트 무대, 오가는 손님에게 나눠주는 시식 코너, 전통놀이 체험 등은 오프라인 행사에서 빛나는 풍경들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전통시장의 행사와 홍보 방식도 큰 변화를 맞았다.
‘오프라인에만 머물 수는 없다’는 자각은 곧 ‘디지털 축제’라는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에서 SNS와 유튜브, 온라인 이벤트, 라이브 방송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시장 축제 운영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시장 전체의 분위기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디지털 이벤트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 전통시장에서 진행된 디지털 축제 사례를 중심으로, 어떤 준비를 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 전통시장이 어떻게 주인공이 되어가는지를 확인해보자.
1. 서울 ○○시장, ‘인스타 인증샷 이벤트’ 하나로 젊은 손님이 몰렸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전통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주변에 생긴 대형 카페 거리, 프랜차이즈 상점들에 밀려 유동인구가 감소했다. 시장 상인회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감행했다. 이름하여 ‘인스타그램 인증샷 챌린지’.
시장 내에서 5,000원 이상 구매한 상품을 사진으로 찍어, ‘#○○시장가봤다’, ‘#시장맛집’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매주 10명을 선정해 시장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였다. 참여는 간단했고, 젊은 고객에게는 매우 익숙한 방식이었다.
이 이벤트는 단 2주 만에 약 700건 이상의 게시물을 유도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20~30대의 참여자였다. 시장 내 상점들은 자연스럽게 SNS 콘텐츠에 노출되었고, “여기 떡집 어디예요?”, “이 고기집 김치찌개 대박” 등의 댓글이 달리며 자연스러운 입소문도 함께 퍼졌다.
상인회 회장은 “그동안 시장은 SNS를 멀게 느꼈는데, 젊은 세대는 그걸 일상처럼 쓰더라고요. 이걸 활용하면 시장이 더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인증샷 이벤트 하나가 시장 전체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고, 세대 간 접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2. 전북 익산 ○○시장, 라이브커머스 축제로 매출 300% 상승
전북 익산의 ○○전통시장은 평소 고령층 고객이 많고, 오후가 되면 한산해지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시장 상인회는 ‘시장 한 바퀴 라이브커머스’라는 이름의 유튜브 생방송 기획을 추진했다.
방송은 1시간 분량으로 구성되었으며, 시장의 떡집, 반찬가게, 생선가게, 전통주 판매점 등 5곳의 점포를 순회하면서 직접 판매자가 상품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진행은 지역의 유튜버가 맡았고, 영상은 시장 상인회 공식 계정과 지역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 동시에 중계됐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방송 당일 실시간 채팅에 400여 명이 참여했고, 방송 직후 특정 점포의 온라인 주문량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떡집의 명절세트는 방송 종료 후 3일 만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
이 사례는 라이브커머스가 단지 판매 도구가 아니라, 시장을 하나의 콘텐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디지털 기술이 전통시장의 따뜻함과 신뢰를 더욱 멀리 전파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예다.
3. 디지털 축제의 핵심은 ‘참여’와 ‘공유’
전통시장 디지털 축제의 성공 여부는 ‘화려함’이 아니라, 고객과 상인이 얼마나 쉽게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 온라인 방탈출 게임 + 시장 쿠폰 제공,
- 유튜브 쇼츠로 시장 가게 소개 릴레이,
- 시장 사장님 릴레이 댄스 챌린지 등도 실제 진행된 사례다.
모든 디지털 축제는 ‘디지털’이라는 말이 붙지만, 본질은 여전히 시장 특유의 정감과 소통 방식에 있다. 그 정서를 온라인이라는 무대로 옮겼을 뿐이다.
또한 축제 기획 단계에서 시장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젊은 상인뿐 아니라 고령 상인도 사진 한 장, 영상 인터뷰 한 컷으로 콘텐츠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고객은 그것이 ‘진짜 이야기’일 때 더 깊이 반응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다. 시장이 가진 스토리, 상인의 손길, 고객과의 관계를 축제에 담아내는 것이 가장 강력한 디지털 자산이 된다.
4. 앞으로의 시장 홍보는 축제를 넘어 ‘경험의 플랫폼’으로
디지털 축제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 번의 성공적인 인증샷 이벤트나 유튜브 방송이 끝난 뒤에도, 고객과의 연결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시장들이 카카오채널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재방문 유도 메시지를 보내고, 지속적인 이벤트로 관계를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일부 전통시장에서는 고객 참여형 콘텐츠 제작단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을 즐기는 방법을 직접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리뷰 콘텐츠를 제작해 SNS에 올리면 시장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시장 홍보자’가 되는 셈이다.
앞으로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디지털 경험이 일어나는 장소’로 변화해야 한다. 쇼핑은 기본이고, SNS 콘텐츠 생산, 이벤트 참여, 온라인 주문, 지역 연계까지 아우르는 플랫폼형 시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한 번의 ‘디지털 축제’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 축제가 상인과 손님 모두에게 웃음을 주고,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순간,
우리는 ‘변화는 가능하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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