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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디지털화

전통시장은 왜 디지털로 가야 하는가? 현장의 목소리로 보는 현실

전통시장은 왜 디지털로 가야 하는가?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단순한 흐름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아직도 많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디지털’이라는 단어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으로 인해 고객의 발길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그 공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상인들은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에 대한 저항감은 분명 존재하지만, 현실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전통시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크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중심축이며, 소상공인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러한 전통시장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통시장은 단순히 ‘불편하지만 정겨운 곳’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불편해서 안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점점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검색 → 비교 → 결제’라는 일련의 쇼핑 과정에서 전통시장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단순히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보 제공, 홍보, 고객 응대, 재고 관리 등 다양한 상업 활동이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전통시장이 배제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단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 디지털을 받아들이는 상인들의 변화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20년 넘게 채소 가게를 운영해온 이모(60대)는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사용조차 버거워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동네 청년이 도움을 주며 ‘시장 온라인 주문 시스템’에 등록한 이후, 하루에 두세 건의 온라인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그녀는 “처음엔 귀찮고 어려웠지만, 이젠 단골 손님보다 인터넷 주문 손님이 더 반가워”라고 말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기술을 익혔기 때문만이 아니라, 변화의 필요성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전통시장 디지털화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온라인 주문 시스템이나 배달 연계 플랫폼 구축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부 시장은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과 실시간 소통을 시도하고 있으며, 쿠폰 발행, 실시간 재고 확인 기능까지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형식적인 디지털화가 아닌,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려는 진지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한다.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이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는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층 상인들은 여전히 기술 격차의 장벽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창업자나 디지털 교육단체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실제로 일부 전통시장에서는 ‘디지털 도우미’ 역할을 하는 지역 청년들이 상인과 함께 매장을 디지털화하고, 운영까지 함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생 구조가 확산될수록, 전통시장의 디지털화는 더욱 현실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

 

 

소비자의 기대 변화와 전통시장의 대응

 

현대 소비자들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서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Z세대와 MZ세대는 구매 전 정보를 비교 분석하는 데 익숙하고, 오프라인 공간에서조차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를 기대한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SNS 후기나 가격 비교를 병행하며,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으로 소통 가능한 판매자를 선호한다. 이는 전통시장에게도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일부 시장은 ‘스마트 마켓’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QR코드를 통해 매장 정보를 제공하고, 모바일 결제를 지원하는 등의 방식이다. 예컨대, 대구의 한 시장에서는 고객이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점포의 위치, 품목, 할인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상인의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장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기술 부족이 아니라,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인은 ‘파는 입장’에 머무르지만,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경험을 선택’하는 입장이다.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기대와 소비 습관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디지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명절이나 특정 시즌에 맞춰 ‘전통시장 특가전’을 온라인으로 운영하거나,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마케팅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시도들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의 도입을 넘어서, 전통시장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

 

 

전통시장의 미래, 디지털과의 융합 속에 답이 있다

 

전통시장의 미래는 디지털화에 달려 있다. 단순히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전통의 가치를 현대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통시장이 가진 정겨움, 사람 냄새,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연대감은 디지털 시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있다. 디지털은 전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시킬 수 있는 도구다.

 

특히 로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전통시장은 ‘진짜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 점포의 역사, 가게를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 그 지역만의 고유한 맛과 멋은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발신하면,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프라 구축, 교육 지원,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상인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상인 스스로의 인식 전환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기술은 젊은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고객이 있는 곳으로 내가 다가간다’는 주체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전통시장은 결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상업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 변화는 지금이 아니면 더 늦을 수도 있다. 전통시장은 지금, 변화를 선택해야 할 결정적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