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쇼핑의 대세 속, 전통시장의 입지는 어디인가?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비대면 중심의 소비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온라인 쇼핑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생필품부터 전자기기, 식품까지 모든 것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전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20~40대 소비자층은 “불편함”, “비효율성”, “정보 부족”이라는 이유로 전통시장 방문을 꺼리고 있다.
과거 전통시장은 ‘가까워서’, ‘싸서’, ‘정이 있어서’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빠르고 편하게 사는 것’이 소비의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전통시장은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고, 많은 점포들이 폐업하거나, 임대 간판만 걸어둔 채 장기간 비워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단순히 상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전통시장 붕괴는 지역 상권, 나아가 지역 공동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전통시장이 변화보다 유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린 옛날 방식으로도 잘 팔았는데, 굳이 왜 바꿔야 하나?”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흐름은 분명하다. 온라인 기반 소비 구조가 표준이 되어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없다면 전통시장은 서서히 퇴장할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의 강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접근 방식
전통시장이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과 ‘정보의 투명성’이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상품 검색, 가격 비교, 사용자 리뷰까지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전통시장은 여전히 오프라인 입소문과 간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만이 가진 강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 신선한 재료의 현장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은 사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반면, 전통시장에서는 직접 보고 고르고 냄새를 맡으며 선택할 수 있다. 둘째, 상인과의 대면 소통을 통해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상인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는 단골을 만드는 핵심이다. 셋째, 가격 협상이 가능하거나, 추가 서비스(덤 제공 등)를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높이는 구조 역시 전통시장만의 문화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이 디지털 소비 환경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품질과 경험이 있어도, 이를 알릴 창구가 없다면 소비자는 접점조차 갖기 어렵다. 여기서 전통시장의 생존 전략은 분명해진다. 자신의 고유한 장점을 디지털 플랫폼과 연결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과의 융합, 생존을 넘어 성장의 기회로
일부 전통시장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전통시장 온라인 배송 서비스’나 ‘전통시장 전용 쇼핑앱’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모 재래시장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연동해 ‘장보기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경기도의 한 시장은 지역 청년 스타트업과 협력해 ‘시장 라이브 방송’을 정기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런 시도들은 초기엔 낯설고 익숙하지 않지만, 꾸준한 운영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 도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통시장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실행력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상인 교육 프로그램, 스마트 기기 활용법, 고객 응대 방식 변화 등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들도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상인 개인의 브랜드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순대국밥 맛집 아저씨’라는 유튜브 채널은 가게 소개뿐 아니라 하루 일과, 시장 사람들과의 이야기까지 공유하며 단골 고객뿐 아니라 온라인 팬층까지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정서적 연결’을 만드는 전략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전통시장의 미래는 ‘변화와 공존’에 달려 있다
전통시장이 완전히 온라인화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는 없으며, 전통시장만이 줄 수 있는 물리적 경험과 인간적인 접촉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변화하느냐, 머물러 있느냐의 차이이다. 소비자가 바뀌었기 때문에 시장도 바뀌어야 한다. 그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전환이 아닌, 사고방식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온라인에서 살 수 있지만, 굳이 전통시장에 간다’는 소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예컨대, 지역 특산물을 이야기와 함께 콘텐츠화해 판매하거나, 전통 조리법을 체험할 수 있는 쿠킹 클래스, 로컬 푸드 기반의 도시락 서비스 같은 ‘경험형 상품’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전통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와 ‘사람’이 있는 공간이다. 온라인 시대에 이런 정서적 가치가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고객은 가격만이 아니라, “어디서 사고, 누구에게 샀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전통시장의 미래는 변화를 받아들이되, 본질은 지키는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면, 전통시장은 온라인 쇼핑 시대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전통시장 디지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털 기술로 되살아난 시장 골목, 전통의 미래를 묻다 (0) | 2025.07.16 |
---|---|
전통시장은 왜 디지털로 가야 하는가? 현장의 목소리로 보는 현실 (0) | 2025.07.15 |
MZ세대를 사로잡은 디지털 전통시장, 어떻게 바뀌고 있나? (0) | 2025.07.15 |
스마트 전통시장 만들기: 소상공인을 위한 디지털 생존 전략 (0) | 2025.07.14 |
디지털로 진화하는 전통시장,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총정리 (0) | 2025.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