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던 전통시장, 디지털로 부활하다
한때 지역경제의 중심이었던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점차 소비자들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다. ‘시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낡은 간판, 현금만 받는 가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차 환경 등이었고, 젊은 세대들은 발길조차 돌리는 곳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다시 성장하고 있는 전통시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온라인 판매’를 넘어서 시장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단지 쇼핑몰을 여는 것이 아니다. 상인들의 인식 개선, 고객 경험의 디지털화, 콘텐츠 기반 홍보, 지역과 연계한 브랜딩 등 다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성공한 전통시장들의 사례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국내 전통시장 3곳을 중심으로, 그들의 전략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 사례들을 통해 다른 전통시장도 현실적인 아이디어와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례 ① 성남 모란시장 – 시장형 커머스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의 결합
성남시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모란시장은 한때 ‘시끄럽고 혼잡한 5일장’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모란시장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시장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들과 연결되고 있다. 핵심은 ‘시장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 ‘라이브커머스 콘텐츠’의 도입이었다.
성남시는 모란시장에 입점한 점포들을 대상으로 공동 브랜드몰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상인들이 직접 상품을 등록하고, 공통된 배송 및 결제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단순히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브랜드 아래 묶여 있는 구조가 차별점을 만들었다. 이 구조 덕분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한눈에 보고 비교하며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상인들도 따로 IT 기술을 몰라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역 인플루언서와 연계한 시장 라이브커머스 방송이 큰 효과를 보였다. 모란시장의 특산품이나 노포 맛집을 소개하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전국의 소비자들이 시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송 시청 후 바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도 연결되어 실구매 전환률이 매우 높았다. 이와 같은 콘텐츠 기반 접근 방식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공간 전체를 브랜드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례 ② 부산 부전시장 – 데이터 기반 고객 맞춤 마케팅 도입
부산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부전시장은 전통적으로 식자재 유통 중심지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점점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이 사라지는 문제가 심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전시장은 디지털 기술 중에서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중심으로 전환을 시도했고, 그 결과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부전시장 상인회는 시장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 설문과 쿠폰 기반 행동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어떤 시간대에 어떤 고객층이 주로 방문하는지, 어떤 제품군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정리하고, 그에 따라 각 점포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 이후 방문자가 많은 매장에는 SNS 할인 쿠폰을 집중 배포하고, 야간 방문이 많은 점포는 야시장 프로모션을 연계했다.
특히 이 시장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알림톡 마케팅을 도입해 소비자와의 연결성을 극대화했다. 시장 전체의 이벤트, 특별 할인, 신제품 입고 소식 등을 카카오 채널로 전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재방문율이 크게 증가했다. 전통시장이 디지털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도입한 매우 희귀한 사례로, 단지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기반 전략으로 전환한 점이 돋보인다.
또한 젊은 창업자를 위한 스마트 상점 지원 부스를 마련하여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 상인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도 장기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시장 고령화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디지털화를 자연스럽게 가속화하는 효과를 냈다.
사례 ③ 전주 남부시장 – 문화 콘텐츠와 디지털 플랫폼의 융합
전주는 전통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안에서도 남부시장은 특별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장은 단순히 판매 중심이 아니라, 문화·체험 콘텐츠와 디지털화가 결합된 사례로, 전국 전통시장의 디지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야시장 프로그램과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결합한 전략은 많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남부시장은 시장 내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모바일 앱과 연동된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시장에서는 인기 음식 부스를 모바일로 사전 예약할 수 있고, 대기 시간 없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하여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또한 QR코드를 통한 스탬프 이벤트, 모바일 쿠폰 발행 등도 함께 도입되어 젊은 소비자들의 참여도를 극대화했다.
이 시장은 지역 예술가, 청년 창업가, 전통 공예인들과 협업하여 시장을 하나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해석했다. 이를 SNS와 유튜브 콘텐츠로 홍보함으로써, 단순히 상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전통시장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기술은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 되었고,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경험이 온라인상에 자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자연스러운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남부시장의 성공 포인트는 ‘디지털화’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과 고객 경험의 변화에 있다. 전통시장이 어떤 식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다.
결론: 디지털 성공 시장들의 공통점에서 배우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전통시장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한 시장’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정의한 시장이다. 성남 모란시장은 커머스 플랫폼과 콘텐츠로, 부산 부전시장은 데이터와 맞춤 마케팅으로, 전주 남부시장은 문화 콘텐츠와 체험 중심의 설계로 변화에 성공했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기술을 수단으로 활용해, 시장 고유의 가치와 고객 경험을 혁신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러한 사례는 다른 전통시장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한 시스템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장만의 특성과 고객층에 맞춘 디지털 전략을 찾는 것이다. 모든 시장이 똑같은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자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길은 존재한다.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한 해답은 더 이상 과거에 있지 않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전통시장의 미래 전략이며, 이제는 그 전환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실천할 때다. 이미 변화에 성공한 시장들이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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