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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디지털화

전통시장과 QR결제, 도입부터 성공 사례까지

전통시장과 QR결제

 

현금 없는 세상, 전통시장은 준비되어 있는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는 급격한 디지털 결제 환경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결제 수요가 증가하면서 QR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 시스템은 카페, 음식점, 병원 등 다양한 업종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공간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여전히 현금 위주의 거래가 많고, 상인들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보니 QR결제 도입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점차 바뀌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간편결제 업체들의 교육 프로그램, 상인들의 인식 변화가 맞물리면서 전통시장에서도 QR결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무료 정책과 젊은 소비자의 유입을 위한 디지털화 전략이 QR결제 도입의 실질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QR결제는 단순한 결제수단을 넘어, 전통시장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혁신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전통시장에서 QR결제가 어떤 방식으로 도입되고 있는지, 실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그리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도입부터 성과까지의 전 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앞으로 전통시장 디지털화를 준비하는 상인과 관계자에게 현실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QR결제 도입의 흐름과 준비 단계

 

전통시장에 QR결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점은 2018년 이후다. 정부는 ‘제로페이’를 중심으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장 상인들에게 수수료 0%의 QR결제 시스템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의 민간 간편결제 업체들도 전통시장 지원에 나서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었다.

 

QR결제를 도입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선 간편결제 플랫폼에 사업자 등록증, 계좌번호, 연락처만 있으면 신청 가능하며, 이후 QR코드가 부착된 결제용 스티커나 키오스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 과정을 전담 매니저가 방문하여 직접 안내하기도 하고, ‘디지털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대학생이나 청년들이 시장에 상주하며 상인 교육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기술 자체보다 상인의 심리적 장벽 해소다. ‘QR결제가 어렵다’, ‘사기 당하는 거 아닌가?’, ‘기계가 망가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첫 도입 시점에서는 단순히 설치만 할 것이 아니라, 일대일 교육, 실제 결제 시연, 문자 알림 테스트 등을 통해 상인의 체감 경험을 유도해야 한다.

 

도입 초기에는 매출의 10% 이하만 QR결제로 이뤄졌지만, 적절한 홍보와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지면 점차 30~40%까지 결제 비율이 증가하는 시장도 생겨났다. 중요한 것은 ‘도입했다’가 아니라, ‘사용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사용을 위한 소비자 안내 문구, SNS 홍보, 현장 이벤트 등이 필수적이다.

 

 

QR결제가 가져온 변화와 효과

 

전통시장에서 QR결제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층의 확대다. 기존에는 현금을 들고 다니는 중장년층이 주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20~30대의 젊은 소비자들이 QR결제가 가능한 시장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특히 카카오페이, 제로페이와 같은 플랫폼은 지역사랑상품권과 연동되어 실질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층의 유입 효과가 더 크다.

 

두 번째 변화는 회계 투명성과 세무처리의 간소화다. 현금 거래만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QR결제는 자동으로 결제 내역이 저장되고, 매출 통계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일부 전통시장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동 마케팅 전략, 주요 구매 시간대 분석, 단골고객 관리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결제 도입은 단순한 편의성이 아니라, 운영 효율성 향상이라는 실질적 이점을 제공한다.

 

또한 도난 및 위폐 위험이 줄어드는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현금 거래가 줄어들면서 상인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도 더 안정된 운영이 가능해졌고, 특히 야간 영업 시 현금 보관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소비자 역시 지갑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상인들의 태도 변화다. 처음에는 QR결제를 ‘남의 일’처럼 여기던 상인들이, 점차 "손님이 자꾸 QR결제 되냐고 물어봐서" 직접 사용해보게 되었고, 한 번의 경험이 만족도로 이어지며 주변 상인에게 권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을 ‘편리함’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전통시장 QR결제 성공 사례 분석

 

사례 ① 서울 남대문시장


서울의 대표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은 최근 QR결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디지털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의류 도매상 중심의 상가들이 카카오페이와 연계해 모바일 결제 전용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 결과, 젊은 소비자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상인회는 자체적으로 QR결제 사용률을 조사해 매출의 35% 이상이 간편결제로 이뤄졌음을 발표했다.

 

 

사례 ② 대구 서문시장


대구 서문시장은 제로페이와 대구페이를 중심으로 QR결제를 도입했다. 특히 야시장 부스 전체에 QR결제 시스템을 의무 도입해, 방문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사용을 유도한 것이 주효했다. 더불어 QR결제 이용 고객에게는 포인트 적립 및 소정의 사은품을 증정하는 디지털 스탬프 이벤트도 진행해, 체험률을 높였다.

 

 

사례 ③ 인천 신포국제시장


신포국제시장은 QR결제 도입 외에도 상인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했다. 간편결제 사용법부터 고객 응대 매뉴얼까지 짜임새 있는 교육을 제공하며,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 시장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데, 해외 결제 서비스(WeChat Pay, Alipay 등)와의 연동을 통해 외국인 고객의 매출도 증대한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지 QR코드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성격에 맞는 전략적 연계와 상인 교육, 고객 유도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앞으로 QR결제를 검토하는 다른 시장들도 단순한 기술 도입보다 **‘사용률을 높일 수 있는 구조 설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론: QR결제는 전통시장의 생존 전략이다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며, QR결제는 그 출발점이자 핵심 도구다. 처음에는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사용해본 상인들과 소비자들은 그 편리함과 효율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결제의 편리함’은 곧 ‘방문 의사’로 연결된다.

 

앞으로 전통시장이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 방식에 맞는 유연한 태도와 전략이 필요하다. QR결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시장의 미래를 바꾸는 고객과의 새로운 접점이다.

 

오늘 처음 QR코드를 붙이는 상점이, 내일은 시장을 대표하는 인기 가게가 될 수도 있다. 변화는 어렵지만, 지금이 바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