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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디지털화

디지털이 바꾼 장보기 문화, 전통시장은 어떻게 대응할까?

디지털이 바꾼 장보기 문화

 

장보기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다

 

불과 몇 년 전지만 해도 장보기는 ‘시장에 가서 직접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는 행위’로 인식되었다. 주말마다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으로 향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던 풍경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은 이 장보기 문화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클릭 몇 번이면 신선식품부터 생필품, 반찬까지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이 가능해졌고, 장보기는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에 국한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고,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며, 리뷰를 확인한 뒤 구매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장보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소비자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장을 보는 경험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시장에 심각한 위기로 작용했다.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변화한 장보기 문화가 전통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전통시장이 어떻게 이에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1. 디지털 전환이 장보기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디지털 기술은 장보기 문화를 그 근본부터 바꿔 놓았다. 과거에는 ‘좋은 물건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면 속 이미지와 상세 설명, 별점, 후기, 유튜브 리뷰만으로도 충분히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이제 실물을 보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갖게 되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쿠팡, 마켓컬리, SSG.COM, 배달의민족 B마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원하는 상품을 비교하고 결제할 수 있으며, 배송 속도와 품질까지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특히 1인 가구와 워킹맘, 고령층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온라인 장보기를 선호하고 있다. 여기에 AI 추천 시스템, 자동 장바구니 채우기, 월간 정기배송 같은 기능들은 전통적인 장보기 방식을 더욱 구시대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시장이 선택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접근성’의 부족이다. 상품 검색이 어렵고, 결제가 불편하며, 배송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결국 소비자는 편리한 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장보기 문화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된 지금, 전통시장은 반드시 이 흐름에 적응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2. 전통시장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와 구조적 한계

 

전통시장이 디지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을 모른다거나 나이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의 구조 자체가 디지털화에 취약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개별 점포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통합 관리가 어렵고, 점포 간 협업도 부족하다. 온라인 시스템 도입을 위한 투자 여력도 한계가 있다.

 

또한 많은 상인들은 여전히 현금 중심 거래에 익숙하고, 디지털 장비나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면 손님이 안 온다’는 오해나, ‘SNS는 젊은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교육이 제공되고 있지만, 실습이나 후속 관리가 부족해 실제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더불어 유통·물류 인프라도 문제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와도 포장, 재고 관리, 배송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다. 고객 응대도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통시장은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지에 포함되지 못할 수 있다. 대응을 위한 전략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 기반 위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3. 전통시장이 취할 수 있는 디지털 대응 전략들

 

전통시장이 디지털 장보기 문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플랫폼 입점과 스마트 기기 활용 확대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는 전통시장 점포를 하나의 앱에서 묶어 운영하는 통합 장보기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놀러와요 시장’, ‘온누리장보기’, ‘배달특급’ 등이 있다. 이 앱들은 소비자가 전통시장 상품을 온라인에서 손쉽게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플랫폼에 입점하려면 개별 점포가 간단한 사진 촬영과 상품 설명 작성, 결제 수단 등록, 포장 및 배송 방법만 익히면 된다. 이를 지원하는 디지털 컨설턴트, 청년 디지털 파트너와의 협업도 가능하다. 또한 상점마다 QR 결제, 제로페이, 간편 카드 단말기 등을 도입해 결제의 편리함을 확보해야 한다.

 

SNS를 활용한 홍보도 중요한 전략이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 상품 소개, 시장 풍경, 상인 인터뷰 등 콘텐츠를 제작하면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전통시장 브이로그’ 형태의 영상은 공감과 친근함을 전달하기에 효과적이다. 여기에 고객 리뷰 시스템을 도입해 신뢰를 확보하고, 단골 고객에게는 적립 포인트나 쿠폰을 제공하면 재방문율도 높아질 수 있다.

 

 

4. 전통시장이 나아가야 할 장기적 방향과 비전

 

디지털 대응은 단기간의 반짝 유행이 아니라, 전통시장의 생존을 위한 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태도’다. 상인 스스로가 디지털 전환을 부담이 아닌 기회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 사례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한 전통시장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움직이는 공동 마케팅, 공동 배송, 공동 포장 시스템을 마련하면 시너지가 발생한다. 개별 점포의 경쟁력이 시장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이를 위해 통합 물류 거점 설치, 디지털 인프라 지원, 전문 컨설턴트 파견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통시장은 단순한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문화 행사, 로컬 푸드 체험, 셀프 쿠킹 클래스, 청년 셀러 입점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디지털이 주는 효율성과, 전통시장이 가진 정서적 매력을 동시에 살리는 복합 전략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해법이 될 것이다.

 

 

맺음말

 

장보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장소보다 ‘경험’이 중요하고, 오프라인보다 ‘편의’가 선택 기준이 되었다. 전통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전통시장만이 가진 진정성과 따뜻함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 바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다. 디지털을 위협이 아닌 도구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대응 전략을 실행에 옮긴다면, 전통시장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살아 있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