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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디지털화

소상공인이 말하는 전통시장 디지털화 현실과 문제점

전통시장 디지털화 현실과 문제점

 

“디지털 전환은 좋은데, 현실은 너무 달라요”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통시장 살리기의 일환으로 스마트 기술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다양한 플랫폼이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돕고 있다. 뉴스에서는 ‘디지털화로 매출이 2배 상승했다’는 사례가 자주 등장하고, 정책 자료에는 성공적인 시장 변화의 수치들이 나열된다.

 

하지만 실제로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상인 중 일부는 디지털 전환으로 변화의 기회를 잡았지만, 다수는 오히려 혼란과 어려움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고령 상인들이 주축을 이루는 시장에서는 ‘스마트’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고, 온라인 판매를 위한 교육은 어려운 용어와 절차로 벽처럼 느껴진다.

 

이 글에서는 현장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의 실제 목소리를 중심으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성공 사례 뒤에 가려진 불균형, 혼란, 인프라 미비 같은 현실은 무엇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생각해본다.

 

 

문제 ① 디지털 전환, “교육받고도 모르겠다”는 상인들

 

대부분의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된다. 정부나 지자체는 무료로 교육을 열고, 강사를 초청하여 상인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 스마트스토어 개설법, SNS 활용법 등을 가르친다. 표면적으로 보면 완벽한 구조다.

 

하지만 실제 교육에 참여한 상인들은 “용어부터가 어렵고, 하루만에 다 배우기엔 무리였다”고 말한다. 대구의 한 상인은 “스마트스토어를 만들었는데 상품 올리는 법이 너무 복잡하고, 고객 문의에 답을 못 하니까 결국 닫았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대부분의 상인들이 스마트폰을 ‘전화만 걸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해왔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 자체도 젊은 세대를 기준으로 짜여 있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한 중장년 상인은 “강의는 했지만, 우리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 후 사후 지원이 부재하다는 것도 문제다. 일회성 강의가 끝난 후, 실제 운영 과정에서 겪는 문제는 혼자 해결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빠르게 변하는데, 상인은 고립된 상태에서 혼자 실험하고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이는 결국 디지털 전환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문제 ② “돈은 드는데 효과는 글쎄” – 현실과 맞지 않는 시스템

 

전통시장에 도입된 디지털 시스템 중 상당수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무인 결제 키오스크나 AR 시식 체험존 같은 시설은 설치 후 몇 달 지나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스템은 최신이지만, 사용하는 주체가 교육이나 유지관리에 취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상인은 “무인결제기를 설치해줬는데, 잔고장 나면 전화할 데도 없고, 고객은 현금이나 카드로만 계산하고 가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판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인은 매달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입점하지만, 주문 수는 많지 않고, 반품이나 배송 문제까지 떠안게 된다. 특히 농수산물을 다루는 점포는 제품 신선도 관리가 어려워서 온라인 판매가 되려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러한 시스템적 문제로 인해 “돈과 시간만 들고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이 상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정부나 기업이 시장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정작 상인의 운영 환경과 연결되지 못하면 디지털화는 형식적인 변화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문제 ③ “젊은 상인 vs 고령 상인” – 전통시장 내 내부 갈등도 심화

 

전통시장 디지털화 과정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청년 창업 상인들은 온라인 마케팅, 라이브커머스, SNS 활용에 능숙하다. 이들은 플랫폼 기반 사업을 통해 매출을 높이고, 시장 내에서 영향력도 확대해 나간다. 반면, 고령 상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리는 이제 뒤로 밀린 것 같다”는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서울의 한 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젊은 팀은 장사도 잘하고 지원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우리는 누가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상인 간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지원이 아닌 세대 간 조율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일부 시장에서는 상인회 내부에서 디지털 전환 방향을 두고 의견 충돌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왜 우리가 그 플랫폼을 써야 하느냐”, “손님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결국 매장은 텅 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적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디지털화는 기술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 문화, 심리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변화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술 도입 이전에, 상인 간의 협력과 신뢰를 먼저 형성하지 않으면 내부 균열로 인해 전체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 있다.

 

 

결론 –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전통시장 디지털화는 방향성으로는 옳지만, 그 속도와 방식은 아직도 개선이 필요한 수준이다.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지만, 지금의 방식은 그들을 배제하거나 압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쓰는 도구이며, 그 사람들의 언어와 수준에 맞춰야 한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최신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상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그들이 스스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인 스스로가 주도권을 갖고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제는 전통시장 디지털화가 단지 ‘보여주기식 성공사례 만들기’가 아닌, 장기적이고 균형 잡힌 구조 개혁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정부, 플랫폼 기업, 상인 모두가 함께 협력하여,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