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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디지털화

“카드 안 받던 시장이 달라졌다?” 전통시장 디지털화 성공 사례 5가지

전통시장 디지털화 성공 사례 5가지

 

‘현금만 가능’했던 전통시장, 이젠 디지털로 바뀐다

 

불과 몇 년 전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전통시장에 갈 때 현금을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점포가 대부분이었고, 온라인 구매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전통시장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QR 결제를 할 수 있고, 일부 시장에서는 카카오톡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집으로 배송받을 수도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전통시장에도 도달한 것이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상인들이 주를 이루는 전통시장에서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정책지원, 민간 기업의 협력, 그리고 상인들의 자발적인 변화의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디지털화에 성공한 전통시장은 과거와 달리 젊은 소비자층을 유입시키며 매출을 늘리고, 상권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성공 사례 5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사례들을 통해 전통시장이 단순한 ‘옛날 공간’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적인 상업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 사례 ① 서울 망원시장 – ‘제로페이·온라인 배송’으로 매출 40% 증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은 전통시장의 디지털화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장소다. 2019년부터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시작한 이 시장은, 서울시의 스마트 전통시장 사업을 계기로 QR코드 결제 시스템(제로페이)을 도입했다.

 

상인 대부분은 처음에는 “우리가 그런 걸 어떻게 쓰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스마트폰 활용 교육과 QR 결제 단말기 지원을 통해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에는 ‘망원시장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 소비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연결된 플랫폼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시장에서는 당일 배송을 통해 제품을 집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망원시장 관계자는 “디지털 시스템 도입 후 카드·QR 결제 비중이 60%를 넘겼고, 온라인 판매까지 합치면 전체 매출이 4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젊은 소비자들이 시장에 잘 오지 않았지만, SNS로 홍보된 ‘먹거리’와 ‘가성비 식자재’가 디지털 채널을 통해 알려지면서 MZ세대의 유입도 크게 늘어났다.

 

 

성공 사례 ② 대구 서문시장 – ‘라이브커머스’로 전국 판매시장 개척

 

대구 서문시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 중 하나로, 오랫동안 섬유·의류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 마트에 밀려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라이브커머스’다.

 

2022년, 서문시장 상인회는 지자체 및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시작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유튜브 라이브, 인스타그램 쇼핑 방송 등을 통해 상인들이 직접 자신의 상품을 소개하고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상인들이 많았지만, 꾸준한 교육과 외부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방송의 질이 향상되었고, 구매율도 상승했다. 한 상인은 “하루 30만 원도 안 되던 매출이 방송 이후 3배 이상 늘었다. 이제는 지방 소비자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의 라이브커머스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지속 가능한 판매 채널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다른 전통시장도 동일한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성공 사례 ③ 충남 서산 동부시장 – ‘스마트 미러와 결제 키오스크’ 도입

 

충청남도 서산시에 위치한 동부시장은 다른 시장과 차별화된 디지털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장은 ‘스마트 미러(AR 거울)’와 ‘결제 키오스크’를 시장 내 일부 매장에 설치하면서 소비자 편의성과 체험 요소를 강화했다.

 

스마트 미러는 의류 점포에 설치되어 있는데, 소비자가 옷을 착용하지 않고도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술은 특히 젊은 여성층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며 SNS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또한 일부 점포는 무인 결제 키오스크를 도입하여, 줄을 서지 않고 빠르게 계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인들은 “처음에는 너무 복잡해 보였지만,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빠르고 편한 쇼핑’이라는 걸 깨닫고 도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동부시장은 현재 지역 대학과 연계한 디지털 마케팅 교육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 청년들이 시장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공동체와 기술을 연결한 사례는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성공 사례 ④ 부산 부평깡통시장 – ‘무인 자판기+카카오톡 주문’ 연계 시스템

 

부산의 부평깡통시장은 전통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자판기와 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다. 시장의 특산물인 수제 어묵, 떡볶이, 튀김류는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긴 대기 시간과 혼잡한 결제 시스템이 불편 요소로 작용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측은 무인 자판기를 통해 대표 상품을 판매하고, 카카오톡 주문하기 기능과 연동해 예약 구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소비자는 카카오톡으로 주문하고 지정 시간에 수령할 수 있으며, 대기 시간은 대폭 줄어들었다.

 

이 시스템은 특히 점심시간 직장인이나 시간에 쫓기는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점포당 하루 평균 30건 이상 카카오톡 주문이 발생하고 있다. 깡통시장의 관계자는 “기존에는 손님이 줄이 너무 길어 돌아갔지만, 지금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무인 자판기와 모바일 주문 시스템은 상인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며, 고객 만족도까지 높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결론 – 전통시장의 디지털화는 생존을 넘어 ‘성장’의 기회다

 

위에서 살펴본 5가지 사례는 전통시장이 어떻게 기술과 융합하여 변화를 이루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정도를 넘어서, 온라인 판매, 실시간 방송, 자동화 시스템, AR 체험 등 다양한 기술이 실제 시장 현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매출 증대와 고객 유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가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외부 지원이 적절히 결합되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이 모여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기술 도입에도 ‘사람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부터라도 작은 변화부터 시작한다면 전통시장은 다시금 지역 상권의 중심지로 부활할 수 있다. ‘카드 안 받던 시장’이 디지털로 변신하며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는 점, 이제는 모두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