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만남, 성공할 수 있을까?

 

한때 전통시장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중요한 공간이었다. 시장 골목에서 들리는 상인의 외침, 신선한 재료를 손으로 직접 고르던 풍경, 그리고 단골손님과 나누는 따뜻한 인사까지 모두가 익숙하고 정겨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면서 이 일상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과 빠른 배달 시스템이 일상이 되면서, 전통시장은 점점 사람들의 발길에서 멀어졌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전통시장은 낯설고 번거로운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히려 대형화되고 획일화된 유통구조에 지친 소비자들이 ‘사람 냄새 나는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과 전통시장이 손을 잡는 새로운 시도가 시작되면서, 전통시장의 가능성은 다시 열리고 있다.

 

이제는 시장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시장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SNS에서 상인의 삶을 엿볼 수 있으며, 로컬 상품을 라이브커머스로 만나볼 수 있는 시대다. 전통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만남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과 현실을 이번 글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전통시장과 온라인 플랫폼, 왜 만났을까?

 

온라인 플랫폼은 이미 현대 소비자의 생활 중심이 되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음식, 생필품, 전자제품까지 주문할 수 있는 세상에서, 전통시장은 오프라인이라는 한계로 점점 소비자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전통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 디지털 유통 생태계에 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형태는 ‘전통시장 배달 플랫폼’이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같은 배달앱에서 전통시장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전통시장 음식의 배달이 가능해지면서, 직장인과 1인 가구 고객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즉석에서 만든 음식이 빠르게 집으로 배달된다면, 소비자는 굳이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시장을 선택할 이유가 생긴다.

 

이후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11번가, 쿠팡 등 기존의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일부 전통시장 점포가 입점하기 시작했다. 지역 특산물, 수제 음식, 수공예 제품 등 시장 특유의 개성 있는 상품은 오히려 플랫폼 내에서 경쟁력 있는 카테고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로컬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 상인의 진심’이 담긴 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통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 할 수 있다.

 

 

2. 실제 성공 사례: 플랫폼으로 도약한 전통시장들

 

전통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만남이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먼저 서울 망원시장은 ‘망원시장 배달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배달의민족과 협력하여 ‘전통시장 상품 전용 배달 서비스’를 운영한 이 프로젝트는, 전통시장을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망원시장 내 인기 분식집, 튀김집, 반찬가게는 배달 매출로 오프라인 매출을 능가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부산 부전시장은 쿠팡 파트너스로부터 시스템 지원을 받아 스마트 전통시장 모델을 구축했다. 온라인몰에 개별 점포가 입점하고, 통합 주문-배송 시스템을 가동하여 구매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지역 물류 스타트업과 협업해 ‘시장 전용 빠른배송’을 시도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이로 인해 단골 고객뿐 아니라, 지역 외 소비자들의 주문도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남 곡성기차마을시장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특산물 판매에 나섰다. 곡성의 농산물, 수공예품, 전통 장류 등을 디지털 쇼핑몰 형태로 판매하면서, 도시 소비자와의 연결 창구를 만들었다. 특히 상품 소개 콘텐츠를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연계하면서 ‘스토리가 있는 상품’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통시장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오프라인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 채널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핵심은 단순히 입점하는 것을 넘어서, 플랫폼에 최적화된 운영과 마케팅 전략을 갖추는 데 있다.

 

 

3. 성공을 위한 조건: 전통시장의 디지털 생존 전략

 

전통시장이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에서 성공하려면 몇 가지 핵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상품의 경쟁력 확보다. 플랫폼에서는 수많은 제품이 동시에 경쟁을 벌인다. 그 가운데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제품의 차별성과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직접 담근 고추장’이나 ‘3대째 운영 중인 반찬가게’ 같은 정체성을 강조하는 상품은 신뢰와 호감을 얻기 쉽다.

 

둘째는 디지털 콘텐츠 역량이다. 제품 사진의 퀄리티, 상품 설명, 리뷰 관리, 고객 응대 등은 모두 플랫폼 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다. 단순히 입점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상인의 얼굴과 진심이 보이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라이브커머스나 쇼츠 영상, SNS 후기 등을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는 배송과 운영 시스템의 안정성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배송이 늦거나 포장이 부실하면 고객 만족도는 떨어진다. 특히 신선식품이나 반찬류는 포장 상태, 보냉 시스템, 당일 배송 여부 등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 부분은 지역 물류 업체, 지자체 지원, 공동 배송 시스템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넷째는 지속 가능성 있는 운영 구조다. 초기에 입점만 해놓고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정적 리뷰로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질 수 있다. 따라서 전담 인력을 두거나, 플랫폼 관리 전문가와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좋다. 지역 청년 창업자와 상인을 연결해 공동 운영하는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4. 앞으로의 과제와 확장 가능성: 지속 가능한 상생 생태계

 

전통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결합은 단기 성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성을 갖춘 상생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첫째는 교육과 인식 전환이다. 아직도 많은 상인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젊은 사람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나, ‘복잡하고 힘든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기초적인 교육과 함께 실전 예시를 제공한다면 디지털 전환에 대한 두려움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실제 성공 사례들을 자주 소개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둘째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다. 지자체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지원을 맡고, 민간 플랫폼은 기술과 서비스 제공을 책임지며, 상인은 상품과 스토리를 제공하는 삼각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다.

 

셋째는 플랫폼 내부 경쟁력 강화다. 단순히 입점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전통시장도 브랜드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며, 소비자 맞춤형 기획전, 시즌 한정 상품, 지역 특산 패키지 구성 등을 통해 유연한 판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흐름은 단순히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시장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지역문화의 보고다. 이 고유한 자산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국 소비자와 연결된다면, 단지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문화적 가치까지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