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지털 전환의 바람, 전통시장에 불다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전통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골목 시장은 오랫동안 위축된 상태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전통시장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특히 ‘배달’이라는 개념이 전통시장과 결합되면서, 이 변화는 단순한 흐름을 넘어 하나의 ‘혁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시장에서 장을 보려면 무조건 직접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상인과의 대화를 통해 물건을 고르고, 직접 계산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스마트폰 하나로 전통시장 물건을 주문하고, 집 앞까지 배달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소비자의 편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많은 시장 상인들은 점점 줄어드는 발걸음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된다는 절박함 속에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전통시장에도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했다. 외출이 줄어들고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시장 상인들 역시 ‘배달’과 ‘온라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2. 시장 안에도 생긴 ‘배달앱’, 스마트 장보기 가능해지다
이제는 대형 프랜차이즈나 음식점만 배달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일부 지역 전통시장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장 배달앱’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어느 구에서는 전통시장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장 내 30여 개 점포의 상품을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은 앱을 통해 정육점, 생선가게, 채소가게 등에서 각각 필요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한 번의 결제로 결제한 뒤, 한꺼번에 배달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 배달앱과는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 전통시장 특성상 소량 구매가 많고, 신선 식재료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빠른 배송과 꼼꼼한 포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부 시장은 청년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물류를 전담하는 ‘시장 배송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수거한 후, 직접 포장하고 배달까지 전담하며, 시장과 소비자 간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화폐와 연동한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고, 상인은 고객과의 접점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전통시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이 ‘배달’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온라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3. 전통시장 배달 시스템의 가능성과 도전 과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분명 고무적인 변화다. 그러나 이면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공존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상인들의 디지털 문해력 부족이다. 여전히 많은 시장 상인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으며, 온라인 시스템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령 상인 비율이 높은 시장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1:1 밀착형 디지털 서포터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상인들에게 주문 확인 방법, 앱 사용법, 결제 시스템 이해 등을 돕는 역할을 하며,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배달 품질 관리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신선식품을 다루는 시장 특성상 물류 체계가 체계적이지 않으면 고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일부 시장은 전용 냉장 배송 박스를 도입하거나, ‘2시간 이내 당일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와 노력을 거쳐, 전통시장은 점차 ‘디지털과 지역성의 공존’을 이뤄내고 있다. 시장의 정겨운 분위기와 온라인의 편리함이 하나로 합쳐지는 이 새로운 형태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생존 전략이자 미래의 방향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 전통시장의 미래, 기술과 사람이 함께 만든 변화
전통시장의 배달 시스템은 단지 ‘상품을 집으로 보내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지역 사회의 회복, 상인들의 생존,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세대들이 전통시장을 다시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정감 있는 소비 경험’과 ‘로컬리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 커머스, 유튜브 홍보, SNS 마케팅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가 시장에 접목되면서, 골목상권은 점점 더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장보기를 넘어서 시장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다. 어떤 시장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손질된 생선을 실시간으로 소개하고, 어떤 상점은 SNS를 통해 매일 신선한 식재료 입고 소식을 알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의 힘이다. 상인들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확인하고, 청년 창업자가 시장의 배송을 책임지며, 소비자들이 시장 앱을 통해 믿고 장을 본다는 것. 이 모든 연결이 모여 새로운 형태의 지역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통시장의 배달 시스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장이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고, 기술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성장할 것이다. 단순한 쇼핑이 아닌,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따뜻한 플랫폼으로서의 전통시장, 그 가능성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전통시장 디지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 하나로 시장 보기: 전통시장의 혁신 (0) | 2025.07.03 |
---|---|
디지털화가 전통시장에 주는 실제적인 영향 (0) | 2025.07.03 |
디지털 전환으로 다시 살아나는 골목시장 이야기 (1) | 2025.07.02 |
전통시장의 디지털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0) | 2025.07.02 |
전통시장도 이제 스마트하게! 디지털 전환의 첫걸음 (1) | 2025.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