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진화하는 전통시장,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총정리
전통시장의 현실과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
한때 지역 경제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심장부였던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의 등장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도시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끊기 시작했고, 전통시장은 "불편하다", "가격이 애매하다", "정보가 없다"는 인식 속에서 잊혀지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전통시장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다시 한 번 부활의 기회를 맞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스마트 결제 시스템, 배달 앱 연동 등 기술적 수단을 통해 전통시장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전통시장의 생존 전략이 되었다. 이는 단지 QR 결제를 도입하거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통시장이 본질적으로 가진 문화적 자산과 지역성과,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일부 시장은 성공적으로 변화를 수용했고, 일부는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맞았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디지털화의 방향성과 전략을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전통시장 사례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은 바로 서울 망원시장이다. 망원시장은 온라인 쇼핑몰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장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시장은 젊은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자체적인 콘텐츠 팀을 꾸렸고, 상품 사진, 인터뷰, 홍보 영상 등을 직접 제작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높였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 모두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또한, 부산 부전시장은 배달 앱 ‘배달의민족’과 제휴를 통해 전통시장 음식도 배달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특히 큰 효과를 발휘했고, 비대면 소비의 확산 속에서 시장 상인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주었다. 부전시장은 POS 시스템, 상품 바코드화, 키오스크 설치 등도 병행하면서 디지털 운영 시스템을 내실 있게 갖췄다. 이처럼 단순히 온라인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체적인 상거래 구조를 디지털화한 것이 성패의 주요 요인이 되었다.
이 외에도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인천 신포국제시장 등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스마트스토어 연계 사업을 통해 전국 단위의 소비자와 연결되고 있다. 지자체와 상인회가 협력하여 콘텐츠 생산과 시스템 개발을 병행한 시장일수록 성공률이 높았다.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은 사례
하지만 모든 전통시장이 디지털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실패 사례는 대체로 준비 부족, 기술 이해 부족, 상인 간 협업 실패 등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으로 전북 익산의 모 전통시장은 디지털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으나, 일정한 콘텐츠 제작 계획 없이 산발적인 게시물만 올렸고, 계정 운영이 몇 개월 만에 중단되었다. 또한, 소비자의 관심을 끌만한 차별화된 콘텐츠도 부족해 디지털 전환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
또한, 일부 시장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존해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상인들의 디지털 역량이 부족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QR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고도 교육이 부족하여 사용을 포기하는 상점이 상당수 있었고, 스마트 POS 기기도 고장 후 방치되는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상인들의 디지털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아날로그 방식이 편하다”, “노인 고객이 많은데 굳이 바꿔야 하나”라는 인식은 전환의 속도를 늦추거나 실패로 이끄는 주요 원인이다.
이외에도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으나 물류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배송 지연, 반품 문제로 고객 불만이 쌓여 신뢰를 잃은 사례도 존재한다. 디지털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비즈니스 구조 자체의 재설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겉핥기식 전환을 시도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전통시장의 디지털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전통시장이 디지털 환경에서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시장 전체의 디지털 문화 형성과 시스템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점은 **‘사람 중심의 디지털화’**이다. 디지털 기술은 상인과 소비자 간의 소통을 돕고, 경험을 개선하며,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상인들의 디지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멘토링, 실제 사용 중심의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다.
둘째, 지자체와 상인회, 청년 창업자의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각기 다른 세대의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와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것이 관건이다. 단순히 유튜브 영상 몇 개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스토리, 사람, 상품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스마트 물류, 통합 결제 시스템, 맞춤형 상품 추천 등 첨단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기술은 너무 빠르지 않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점진적으로 적용되어야만 시장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익숙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플랫폼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 및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시범사업보다는 장기적인 지원체계가 디지털 전환의 성공률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전통시장의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중요하다. 성공한 시장과 실패한 시장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콘텐츠에 있었다.
디지털화는 단순히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이 다시 지역 사회와 연결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방향 설정과 협업, 그리고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될 때, 전통시장은 과거의 향수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시장으로 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