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디지털화

전통시장도 이젠 온라인? 디지털 전환으로 매출 2배 올린 상인 이야기

smart-news1 2025. 7. 10. 12:45

전통시장도 이젠 온라인?

 

전통시장은 왜 온라인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지역 상권의 중심이자, 사람 냄새 나는 유통의 최전선이었다. 익숙한 상인의 얼굴, 따뜻한 인사, 가격 흥정의 재미는 오프라인 시장만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비대면 소비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전통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젊은 소비자들은 시장에 가지 않고 앱 하나로 장을 보고, SNS에서 추천받은 제품만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상인들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많은 상인들이 ‘온라인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만큼 긴박했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위기 속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린 전통시장 상인의 실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통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닌, 디지털과 인간적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례를 통해 다른 상인들에게도 현실적인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판매? 해볼 수밖에 없었어요” – 대전 중앙시장 채소가게 사장님의 도전기

 

대전 중구에 위치한 중앙시장 채소가게를 운영하던 김현숙 씨(가명)는 팬데믹 이후 매출이 반 이상 줄어든 현실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게는 30년 넘게 가업으로 이어온 곳이었고, 단골도 많았다. 하지만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과 배달 앱 중심의 생활이 퍼지자 시장은 점점 한산해졌고, 매일 아침 들여오던 채소의 절반은 폐기되기 일쑤였다.

 

김 씨는 어느 날 시장 상인회를 통해 ‘전통시장 온라인 입점 교육’을 소개받게 되었고, 반신반의한 채 참석했다. 교육 내용은 생소한 단어투성이였다. ‘스마트스토어’, ‘상품 등록’, ‘카카오 채널’, ‘온라인 후기 관리’ 등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매일 하나씩 배워가며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휴대폰 사진으로 채소 사진을 찍고, 가격을 입력하는 단순한 작업부터 시작했다. 상품명에는 검색 노출을 고려해 “아삭한 상추 300g – 샐러드용” 등 키워드를 붙였고, 배송은 직접 택배 상자를 만들어 하루 한 번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첫 달에는 주문이 하루 1~2건에 불과했지만, 블로그 후기와 인스타그램 홍보가 이어지면서 점점 주문량이 늘어났다. 6개월이 지난 현재, 김 씨의 온라인 주문은 하루 평균 30건을 넘기고 있으며, 시장 내 전체 매출도 팬데믹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디지털화는 기계보다 사람이 중심이에요” – 고객 소통이 매출을 바꿨다

 

김현숙 씨의 성공 요인은 단순히 온라인 입점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상품 배송과 함께 손글씨로 작성한 메시지를 넣기 시작했다. “오늘 상추는 어제 새벽 4시에 가져온 거예요. 국거리용 고추는 내일 더 신선한 걸로 보내드릴게요!” 이런 작은 메모가 소비자에게는 감동을 주었고, SNS 후기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또한, 김 씨는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고, 온라인 고객 전용 단골 관리도 시작했다. 온라인 단골 고객은 김 씨의 소개로 깻잎, 고구마, 고춧가루 등 다른 시장 점포의 제품도 함께 구매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주변 상인들도 온라인 진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시장 내에서 김 씨는 디지털 전환 ‘멘토’ 역할을 하게 되었고, 상인들 사이에서는 “현숙 언니한테 배우면 온라인도 어렵지 않다”는 말이 퍼졌다. 이처럼 디지털화는 단순히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소통 방식을 기술로 확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상인은 기술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더 넓은 고객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김 씨는 “우리가 컴퓨터 앞에 앉는다고 해서 사람이 변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따뜻한 시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미래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김현숙 씨의 사례는 단지 한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다. 전국 여러 전통시장에서 그녀와 비슷한 방식으로 변화에 도전하는 상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주 육거리시장에서는 청년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공동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강릉 중앙시장에서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전통시장 디지털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 전통시장 시범사업’을 통해 무선인터넷 환경 구축, 스마트 결제 시스템, 온라인 판매 교육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인 개개인의 의지다. 김 씨처럼 ‘모르면 배운다’는 태도와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는 실행력이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디지털 전환이 거창한 것이어야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익히고, 손님에게 감사 인사를 문자로 보내는 것부터가 바로 디지털화의 시작이다. 전통시장은 여전히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오가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기술은 그 공간을 더 넓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장사하기 어려워 문을 닫고, 누군가는 디지털로 길을 열고 있다. 전통시장의 미래는 정부도, 플랫폼도 아닌 상인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 씨의 성공이 바로 그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