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상인 대상 디지털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 만들기
상인에게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생존 기술’이 되었다
오늘날의 소비는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제하고, 리뷰까지 확인하는 것이 일상화된 디지털 시대에,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여전히 현장 중심의 방식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령 상인이 많은 시장에서는 ‘디지털’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변화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은 이제 상인들이 꼭 갖춰야 할 생존 기술이 되었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단순히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QR결제기를 사용할 줄 아는 것뿐 아니라, 고객 리뷰를 확인하고, 온라인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능력까지 포함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기술 중심’으로 설계돼 상인의 실제 수준이나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실제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교육의 핵심 원칙과 실행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단순히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활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상인의 ‘이해’를 돕는 교육이다.
교육 프로그램 구성 원칙 3가지: 사람 중심, 단계별, 반복 가능
전통시장 상인 대상 디지털 문해력 교육은 일반적인 직장인 대상 디지털 교육과는 전혀 다르게 구성돼야 한다. 연령대, 경험 수준, 디지털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 설계 시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① 사람 중심의 맞춤 교육
모든 교육은 상인 ‘입장’에서 설계돼야 한다. QR결제 교육이라면 단순히 ‘기계 작동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걸 쓰면 손님이 다시 온다”, “현금을 덜 만지게 돼서 편하다” 같은 실질적인 이점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기술보다 ‘이 기술이 나에게 왜 필요한가’를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다. 또한 연령대, 업종, 점포 유형에 따라 분반을 나누고, 5~7명 소규모 클래스 형식으로 운영하면 흡수율이 높다.
② 단계별 학습 방식 적용
처음부터 SNS, 온라인 쇼핑몰, 키오스크까지 모두 가르치려 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생긴다.
따라서 1단계: 스마트폰 기본 조작 → 2단계: 사진 촬영과 문자 전송 → 3단계: 카카오채널 운영 → 4단계: 네이버 등록 및 리뷰 응대처럼 ‘현장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수준’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올려야 한다.
③ 반복 가능한 학습과 지속적 피드백 구조
한 번의 강의로는 습득이 어렵다. 따라서 반복적인 교육이 가능해야 하며, 교육 이후에도 카카오 단체방, 문자 상담, 현장 코칭 등을 통해 지속적인 피드백과 복습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 피드백 시스템이 없으면, 교육은 일회성으로 끝나고 실전에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실전 교육 커리큘럼 예시: 4주차 프로그램 설계안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4주차 커리큘럼으로 설계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은 상인들이 실제 겪는 문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이론보다 ‘함께 해보는 실습’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1주차 – 스마트폰 이해와 문자/SNS 기본 활용
- 스마트폰 화면 구성 이해
- 문자 보내기, 사진 첨부 방법
- 카카오톡 채팅방, 단체방 사용법
- 전화/문자 스팸 구별법
2주차 – 고객과의 디지털 소통 시작하기
- 카카오채널 개설 및 운영
- 단골고객 관리용 알림톡 보내기
- 네이버 플레이스 기본 등록
- 영업시간, 메뉴 등록 실습
3주차 – QR결제 시스템 실습 및 홍보 전략
- 제로페이/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가입 및 설정
- QR 결제 방법 체험 실습
- 손님에게 QR결제 방법 설명하는 연습
- “QR결제 가능” 안내문 디자인 및 부착 실습
4주차 – 나만의 상점 소개 콘텐츠 만들기
- 스마트폰으로 제품 사진 잘 찍는 법
- 간단한 가게 소개 글 작성법
- 블로그/인스타그램 계정 생성
- 해시태그 활용법 + 고객 리뷰 응답법
이 커리큘럼은 매 회차마다 실습 70%, 설명 30% 비율로 구성하며, 교육이 끝난 후에는 직접 운영하도록 유도하는 과제를 내주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또한 각 회차에는 지역 청년 서포터즈가 1:1로 매칭되어, 상인과 함께 실습을 도와주는 형태로 운영하면 교육 효과는 훨씬 높아진다.
실행을 위한 협력 구조와 성공 조건
디지털 문해력 교육은 단순히 상인 교육기관의 몫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것은 지역 전체의 상생을 위한 협력 프로젝트로 운영돼야 하며,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협력 구조가 필수적이다.
① 지자체·상인회·전문 강사 간 유기적 협력
지자체는 예산과 공간, 홍보를 담당하고, 상인회는 참여 상인을 모집 및 관리하며, 강사진은 단순 전달자가 아닌 ‘디지털 멘토’ 역할을 맡는다. 또한 ‘전통시장 디지털화 담당자’를 따로 두어 실무와 교육을 동시에 조율하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② 교육 후 연계 가능한 ‘디지털 전환 패키지’ 제공
교육이 끝난 뒤 바로 실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QR결제 키트, 홍보용 템플릿, SNS 운영 가이드북 등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면 상인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아울러 디지털 코디네이터가 시장 내에 상주하거나 정기 방문하여 1:1 컨설팅을 이어가는 구조를 만들면 효과는 더욱 지속된다.
③ 교육 성과 측정과 우수사례 확산 시스템
단순히 ‘몇 명이 수료했다’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 이후 실제 QR결제 사용률, 리뷰 수 증가, SNS 운영 횟수 등의 성과 데이터를 수집·분석해야 한다. 또한 우수 상인 사례는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여 다른 시장에 공유하면,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옆 가게 사장님이 해서 성공했다’는 건 그 어떤 강의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결론: 디지털 문해력이 전통시장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제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역사’에만 있지 않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린다. 상인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단순한 기술 학습이 아니라, 고객과 다시 연결되는 방법, 시장의 가치를 확장하는 수단,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언어다.
성공적인 디지털 문해력 교육은 복잡한 시스템보다 사람 중심의 접근에서 시작된다. 상인의 입장에서 설계된 교육, 반복 가능하고 실전 중심의 커리큘럼,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적인 실천을 도와주는 환경이 갖춰질 때, 전통시장은 다시금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변화는 어렵지만, 교육은 그 첫걸음을 돕는다. 그리고 그 걸음을 내딛은 시장은, 분명 어제보다 더 살아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