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통시장의 메타버스 진출 가능성
디지털 전환의 최전선, 전통시장도 메타버스를 고려해야 할 때
‘전통시장’이라는 단어는 흔히 아날로그, 현장, 오프라인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떠오른다. 좁은 골목, 손수 진열한 상품, 상인의 손길, 그리고 오래된 간판까지. 이런 전통시장이 어느새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기술과 함께 언급되는 시대가 되었다. 처음 듣는 이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디지털 소비 환경과 기술 인프라의 변화 속에서 전통시장도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미 대형 브랜드나 글로벌 기업은 메타버스를 하나의 마케팅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Z세대는 오프라인보다 디지털 경험에 더 익숙하며, 제품보다 ‘경험’을 소비하는 데 가치를 둔다. 이런 시대에, 지역 전통시장도 더 이상 ‘현장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오히려 메타버스를 통해 전통시장의 ‘스토리’, ‘문화’, ‘정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잊혀지던 공간이 다시 조명을 받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전통시장이 메타버스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지, 현실적 가능성과 제한 요인, 그리고 국내외 사례와 함께 그 실현 방안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전통시장 활성화의 새로운 장르로서의 메타버스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다.
메타버스란 무엇이며, 전통시장과 어떤 점에서 연결될 수 있는가?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혼합된 가상 공간으로,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한다. 이미 제페토, 로블록스, 이프랜드, 네이버 메타버스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일상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상 전시회, 콘서트, 회의는 물론, 가상 쇼핑까지 가능해진 지금, ‘시장’이라는 공간도 이 가상 세계에서 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통시장은 단순한 거래 공간이 아니다. 이야기, 사람, 문화, 체험이 살아 있는 복합적 공간이다. 이것이야말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콘텐츠화하기 좋은 요소다. 가상 시장 안에 실제 점포를 3D로 재현하고, 상인이 등장하여 상품에 대해 설명하거나, 요리 과정을 보여주거나, 직접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 이런 경험 중심의 콘텐츠는 특히 MZ세대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바타가 전주 남부시장에 들어가 전통 한복을 입어보고, 김치전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거나, 30년 된 떡집의 역사 이야기를 듣는 구조를 상상해보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상력을 구현하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전통시장은 새로운 감성 콘텐츠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
지역 전통시장의 메타버스 진출 가능성과 현재 기술적 토대
현재 일부 지자체와 스타트업은 전통시장의 메타버스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시장은 제페토와 연계한 가상 시장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수원 팔달문시장은 VR 기반의 가상 점포 구현을 통해 지역 소비자들에게 ‘가상 장보기 체험’을 제공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는 충분한 실현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들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메타버스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전통시장에 적용될 수 있다.
- ① VR 기반 3D 가상 시장 구현
실제 시장의 건물, 골목, 점포를 3D로 스캔하거나 모델링하여, 아바타가 이동할 수 있는 가상 시장을 만든다. 사용자는 마치 실제 시장을 걷는 것처럼 ‘가상 시장 투어’를 할 수 있고, 관심 있는 점포에 들어가 제품 정보를 보고, 영상 시청 후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 ② AR 또는 혼합현실(MR)을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
스마트폰이나 AR 글래스를 통해 시장의 일부 공간을 가상 이미지와 결합시켜 체험형 콘텐츠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시장 내 한 점포에 AR QR코드를 설치하고, 이를 비추면 해당 상점의 역사, 상품 정보, 요리법 등이 영상으로 뜨는 형태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개발되어 있으며, 전통시장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특히 지자체 스마트시티 예산,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디지털화 사업, 콘텐츠진흥원의 지역문화 프로젝트 등을 연계하면 현실적인 도입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도입 시 고려할 점과 향후 전략 방향
전통시장의 메타버스 진출은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비용과 기술력의 격차다. 대부분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디지털 장비나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으며,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인식도 낮다. 따라서 단순히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1) 상인 중심 교육 프로그램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메타버스를 왜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중심으로 상인들에게 디지털 인식 전환 교 육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청년 상인들과의 협업 구조를 마련해 세대 간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2) 콘텐츠 중심 기획과 운영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콘텐츠’다. 따라서 각 시장의 특색을 살린 스토리텔링 중심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한 다. 시장의 역사, 상인의 하루, 고객의 추억 등을 바탕으로 참여형 콘텐츠를 기획하면 더 큰 확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지자체와의 협력 및 지속적인 예산 확보
메타버스 도입은 단발성으로 진행할 경우 금방 잊히기 쉽다.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홍보, 기술 유지보수가 필요하므로 지자 체와의 장기적 협력 모델이 필수다. 관광, 청년일자리, 디지털 문화 등의 정책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도 크다.
결론적으로 메타버스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특히 전통시장이 디지털 세대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창구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 기술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공간의 본질적인 매력(인간미, 정서, 공동체성)을 가상 공간에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론: 사라질 공간이 아닌, 다시 태어날 공간으로서의 전통시장
전통시장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다만 그 숨결을 전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할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가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새로운 연결 방식, 그리고 경험을 전달하는 미래의 언어다. 전통시장도 그 언어를 익히고, 그 공간에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해야 한다.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전통시장의 메타버스 진출은 가장 따뜻한 디지털 전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은 거창한 장비나 예산이 아니라, ‘시장도 변해야 한다’는 작은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이제 전통시장은 현실의 골목에서, 그리고 가상의 공간에서도 사람을 만나야 하는 시대다. 메타버스는 사라져가는 전통시장을 다시 살아나게 할 가장 창의적인 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