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디지털화

디지털 전환으로 다시 살아나는 골목시장 이야기

smart-news1 2025. 7. 2. 07:50

디지털 전환으로 다시 살아나는 골목시장

 

1.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골목시장, 변화의 갈림길에 서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골목시장이 어느새 낡고 불편한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골목시장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졌다. 매일 새벽같이 시장 문을 열고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일하던 상인들도 예전 같은 활기를 느끼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더 편리한 쇼핑 방식을 택했고, 전통시장은 점차 외면받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들며 새로운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이 시장 구석구석까지 파고들면서, 전통적인 장터도 변화를 요구받게 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오히려 ‘사람 냄새 나는 곳’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골목시장이 있었다. 골목시장에 남아 있는 ‘소소한 정’과 ‘직접 고르고 살 수 있는 재미’는 그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 상인 개개인의 삶의 방식, 손님과의 관계, 물건을 고르고 파는 모든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 골목시장은 기술을 통해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으며, 이것은 단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부활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2. 온라인 주문과 라이브 커머스, 전통시장에 들어오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정보의 흐름을 바꾸는 데 있다. 이전에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상거래가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골목시장 상인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온라인 주문 시스템’과 ‘라이브 커머스’는 전통시장 부활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의 어느 골목시장에서는 지역청년 창업팀이 시장 상인들과 함께 ‘모바일 장보기 플랫폼’을 구축했다. 소비자는 앱을 통해 시장 내 각 상점의 상품을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한번에 주문할 수 있다. 상인들은 모바일 주문이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준비하여 퀵배송이나 택배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에 시장을 찾기 어려웠던 직장인이나 고령층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라이브 커머스’는 골목시장과 디지털 콘텐츠의 경계를 허문 중요한 사례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판매 방송에서 상인들은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판매를 이끌어낸다. 특히 정이 넘치는 말투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상품 설명은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를 주며, 대형 쇼핑몰과는 또 다른 ‘사람 중심’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전통시장은 더 이상 낡은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에 발맞춘 유연한 시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기술을 통해 더 넓은 소비층과 연결되고, 보다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서 시장의 경쟁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3. 디지털 격차를 넘어서기 위한 상인의 노력

 

물론 디지털 전환이 순탄한 길만은 아니다. 많은 골목시장 상인들은 고령층이며, 스마트폰 사용조차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온라인 시스템’이나 ‘라이브 커머스’는 언뜻 보기엔 너무 멀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시장에서는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상인들이 스마트폰 활용법부터, 온라인 결제, SNS 마케팅까지 단계별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상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시장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지방정부와 기업에서는 ‘디지털 도우미’를 시장마다 파견해 1:1 밀착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상품 사진을 찍고, SNS 계정을 운영하며, 온라인 주문 시스템에 직접 입력하는 실무를 함께 도와주는 이들은 마치 시장의 IT 매니저 같은 존재다. 이러한 제도는 기술의 벽을 낮추고, 디지털 전환을 보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디지털 시장으로 거듭난 일부 골목시장은 일 매출이 이전 대비 두세 배 이상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단순한 홍보 이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상인들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지원의 결합이다.

 

 

4. 기술이 만든 새로운 공동체, 다시 살아나는 골목시장

 

디지털 기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시키는 도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골목시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시장 상인들끼리의 협력은 더 긴밀해졌고, 고객들과의 접점도 더욱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SNS를 통해 시장의 다양한 소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다시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젊은 세대 역시 ‘골목시장 탐방’이라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지역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시장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면서, 골목시장은 문화의 공간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시장 내부의 협동조합이나 상인회도 디지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공동 결제 시스템, 재고 관리 플랫폼, 온라인 마케팅 툴 등을 활용하여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상인들은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변화는 기술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골목시장은 단순한 물건의 교환이 이뤄지는 공간을 넘어, 기술과 사람,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특별한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을 받아들인 상인들과 지역 사회가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골목시장은 충분히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제는 골목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낡은 공간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문화와 경제의 플랫폼으로서의 시장.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의 성공사례가 되어가고 있다.